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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1. 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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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한빛비즈

 


 

 

 

p.422-423

랠프 앤드 루소(Ralph & Russo)는 비욘세의 무대 의상에서 왕실의 국빈 방문용 정장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고급 의상을 제작하는 쿠튀르 회사이다. 랠프 앤드 루소의 드레스 한 벌은 몇만 달러는 가뿐히 넘고 몇십만 달러짜리도 있다. 이 회사의 드레스는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대도시 중 하나인 런던, 그것도 중심가인 슬론 스트리트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고객의 주문에 맞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타마라 랠프(Tamara Ralph)와 마이클 루소(Michael Russo)는 런던 거리를 산책하는 길에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가 결혼까지 했고, 쿠튀르 회사를 차렸다. 타마라의 집안은 몇 대째 재봉을 가업으로 이어왔다. 마이클은 벤처 창업 경험이 풍부한 젊은 기업가였다. 둘은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7년에 달랑 재봉틀 하나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고급 의상을 주문하는 고객도 전혀 없는 상태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오트쿠튀르 의상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솜씨 좋은 재봉 기술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타마라는 “다들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지만, 재봉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패션계에는 스케치를 하고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제대로 재봉질을 하고 비즈를 박고 가죽을 처리하고 디테일을 완성하는 등의 오트쿠튀르 드레스 제작에 필요한 고숙련 기술을 가진 장인은 매우 부족하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현대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알리는 신호이다.
   
현대 교육은 과거사가 된 화이트칼라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실질경제에 혁신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살아 있는 기술은 가르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히 교육계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 혁신을 일으키기 시작하고는 있다. 
   
경제 회복과 성장, 부와 GDP 창출로 이어지는 에지워크와 재창조의 신호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에지워크를 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자가 경제 변화를 확인해주거나, 역사학자가 그 변화를 설명해 주기를 잠자코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변화하는 경제 풍경을 스스로 분석하고, 신호가 없는지 둘러보고, 오만의 추진력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해 세계 경제에서 ‘변화의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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