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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설계자들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1. 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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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설계자들

올리비에 시보니 지음

안종희 옮김

인플루엔셜

 


 

 

 

p.246-248

“신사 숙녀 여러분, 기장입니다.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예정 시간보다 늦게 출발하고 있습니다만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륙 전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 비행기에 대해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매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당신은 안심하지 못할 것이다.
    이 사고실험은 요점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때 협업과 프로세스 그리고 이것들을 구현하는 도구의 가치를 알게 된다. 우리 자신을 의사결정자로 바라보지 않으면 우리는 이런 가치를 알지 못하고 우리에게 강요된 체계적인 훈련을 싫어하게 된다. 
    미국의 의사이자 보건정책관료인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는 그의 주목할 만한 책 《체크! 체크리스트》에서 이 점을 확실히 지적한다. 가완디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의뢰로 안전한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개발했다. 체크리스트의 목적은 비행기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한 수술실 환경에서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체크리스트는 프로세스를 부여하고 일정 정도의 협업을 강제한다. 예컨대 수술 안전 체크리스트는 의료진에게 환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들이 올바른 절차를 따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며 모든 의료진의 이름과 역할을 환자에게 알려주라고 요구한다. 이런 간단한 확인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테면 합병증을 3분의 1로 줄이고 수술 후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춘다. 가완디가 지적하듯이 어떤 약품이 그런 결과를 보장한다면 즉시 블록버스터급 약품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체크리스트를 도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체크리스트를 시험하여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됐지만 외과의사의 약 20퍼센트가 도입을 거부한다. 가완디가 설명하듯이 경험이 많은 외과의사들은 자신이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따르기에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가완디는 똑같은 외과의사들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만일 당신이 곧 수술을 받을 환자라면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길 바라겠습니까? 외과의사 중 93퍼센트가 체크리스트 사용을 찬성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분명한 점은 당신이 환자라면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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