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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과학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2.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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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과학

파코 언더힐 지음

신현승 옮김

세종서적

 


 

 

 

p.228-230

왜 포도주 제조업자들은 상표를 예술 작품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걸까? 크로커(Kroger)에서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상표를 읽느라 애를 먹는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했다. 지역 술집의 경우 상황이 더 안 좋다. 그곳의 조명은 대형 체인점보다 더 어두우며, 진열대도 다운라이트(downright)로 어둑어둑해 보인다. 소비자들은 포도주를 구입할 때 술병을 집어 들고 상표부터 살핀다. 이 과정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소규모 포도주 제조업자들에게 특히 더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포도주 종류, 제조 연도, 포도원, 마케팅 홍보 등과 같은 정보이기 때문이다. 싸구려 프랑스산 브랜드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지로부터 글로벌 포도주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우수한 브랜드라면 당연히 이 같은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조사한 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사장은 55세 이상의 고객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사람들이 읽기 힘든 형태의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식당은 커다란 음식 사진을 사용하여 메뉴판을 다시 디자인했다. 그러자 메뉴판에 담긴 목록은 줄었지만 매상은 오히려 증가했다.

노안에 부응하려는 시각적 세계의 변화는 미래에 필요한 구조적 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할 것이다. 물론 21세기에도 노인들은 허약한 몸을 이끌고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이 노년의 시민들이 장수할 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늙어갈 것이다. 65세의 팔팔한 노인과 허약한 85세의 노인이 같은 세상에서 돌아다닐 것이다. 20년 전 직장에서 막 은퇴한 사람들이 해변에 위치한 '은퇴자 전용 콘도'를 구입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해변이 훤히 내다보이는 현관 딸린 2층 내지 3층의 아파트 구조물은 황혼기를 보내기에 완벽한 보금자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나자 원기 왕성했던 60대의 노인들도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그 휴양지는 황폐화되었다.

만약 오늘날의 많은 유모차들이 자동 휠체어로 바뀐다면 매장과 거리와 쇼핑센터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현관과 엘리베이터, 통로, 계산대, 레스토랑 테이블, 화장실, 공항, 기차, 버스, 자가용 등등 이 모든 공간이 지금보다 더 넓어질 것이다. 경사로도 정부 명령이 아닌 상업적인 고려 사항을 참작하여 만들어질 것이다. 계단은 구시대 유물로 남겨질 것이다.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는 속도를 늦추도록 설계될 것이다. 2025년경이면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다층 구조의 쇼핑센터에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또 일반 잡화점은 물론 갭, 랠프 로렌, 토이즈 알 어스, 스타벅스, 보더스처럼 젋은이들이 주로 찾는 매장에서도 쉽게 노인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세련되고 경쾌한 모양의 자동 휠체어(1인용 골프 카트와 비슷한 형태)나 단정한 유럽 스타일의 보행기를 제작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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