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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1. 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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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음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p.249-251

애딩거는 다윈주의 관점에서 뇌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모델은 다윈 이론의 정신을 따르기 위해 충실했지만 그것을 문자 그대로 철저하게 따른 것은 아니었다. 2장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윈은 생명의 역사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사다리-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기원하여 기독교 신학에서 확장된, 선형으로 진행되는 '자연의 척도' 개념-보다는 가지를 뻗는 나무로 비유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척추동물에서 완전히 새로운 바우플란(신체)이 나타나고 뒤이어 하위 바우플란(신경계와 그 기능 조직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해 결국 인간의 뇌에서 정점을 이룬다는 생각은 사다리 비유에 더 가깝다.
   
'새로운 것(신)'과 '오래된 것(구)'을 구별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사다리 모델에서는 그것들이 단지 연령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차이가 있음을 암시하게 된다. 오래된 부분은 덜 진화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더 새로운 조직일수록 오래된 조직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앤 버틀러(Ann Butler)와 윌리엄 호도스(William Hodos)가 지적했듯이, 진화는 우수한 또는 열등한 기관이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분기를 통해(형질의 축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양성을 만드는 작업이다.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어떤 형질이 더 적합한가는 자연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환경이 변화하거나 개체군이 새로운 생태적소로 이동하면 새로운 형질이 중요해지고 이전에 유용했던 형질은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 동안 뇌에서 일어난 변화가 우리의 행동과 정신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해하려면, 우리는 에딩거의 사다리 대신 척추동물의 생명의 나무를 올라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될 차이점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다. 우리는 새롭고 독특한 종류의 포유류일지는 몰라도 더 뛰어난 포유류는 아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는 다른 동물을 이해할 때 인간 중심적인 경향은 물론 의인화하여 해석하려는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동물에게, 때로는 우리 자신에게 너무 많은 특성을 귀속시킨다. 우리는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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