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휴먼 네트워크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1. 23. 12:52

본문

휴먼 네트워크

매슈 O. 잭슨 지음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p.312-314

만일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자신이 가진 정보에 따라 판단을 내린 사람이 스무 명 내지 서른 명 쯤 된다면, 전체 집단은 이들의 선택으로부터 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단지 두 명이 아니라 스무 명이 투표한 결과로부터 정보를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두 사람 이후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최적인 것(자신의 정보는 무시하고 무리의 행동을 따르는 것)을 행한다면, 그들이 가진 정보는 나머지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채 잊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외부효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가령 우리는 새로운 기회 또는 새로운 상품을 접할 때마다 이러한 외부효과를 겪게 된다. 바다표범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물속으로 어떤 팽귄이 먼저 과감히 뛰어들 것인가? 모두가 그저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만 하고 아무도 물속에 뛰어들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때로는 학습이 늦어질 수도 있다. 신상품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기다려본 적 있는가? 리뷰가 없는 상품은 사기 꺼려지지 않는가? 리뷰가 너무 없으면 새로운 상품을 시도해보려는 사람들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그 상품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새로운 농업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을 안고 있다. 불확실한 기술에 (문자 그대로) 한 해 수확을 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앤드푸 포스터(Andrew Foster)와 마크 로젠즈윅(Mark Rosenzweig)은 인도 시골 지역에서 이런 식의 관망적 태도가 새로운 고수익 종자 품종의 수용을 상당히 둔화시켰음을 보였다. 가난한 농부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더 많은 이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다른 가난한 이웃들도 모두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를 꺼렸다.
   
포드의 에드셀(Edsel)이나 IBM의 PC주니어처럼 구매자들을 후회하게 만든 끔찍한 제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 알려면 일단 그 제품을 한번 써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조업자들이 신제품의 견본 제품을 배포하는 이유다. 특정 소비자 환경에서는 심지어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신제품을 이용해줄 것을 요청한다. 유능한 마케터들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줄 때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동안 테슬라 모터스는 모델 S 세단의 소유주가 동일 모델을 구입할 사람을 소개해주면 1000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드롭박스 또한 추천인 프로그램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사례로 2008년 후반에는 이용자가 10만 명 정도였지만 2010년 봄이 되자 그 수는 400만 명을 상회하게 되었다. 영화에서부터 자동차까지 특정 제품군에서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리뷰어가 존재할 정도다. 물론 어떤 제품이든 상관 없이 일단 사서 시험해보고 그 결과를 알려주는 얼리 어답터도 있고, 제품에 대한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누구보다 먼저 그 제품을 사서 시험해보는 사람도 있다.
   
외부효과가 항상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양날의 검일 때가 많다.

'호학당 이야기 > 책과 밑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케일  (0) 2021.12.07
시그널  (0) 2021.11.30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0) 2021.11.16
선택 설계자들  (0) 2021.11.09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0) 2021.11.0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