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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10. 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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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제이머 헌트 지음

홍경탁 옮김

어크로스

 


 

 

 

p.255-257

우리는 인간계와 자연계가 엄청나게 복잡하고 직관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예를 들어, 농사나 목축은 예측할 수 없는 생물 시스템에 맞선 인간의 분투를 대표해왔다. 그 혼란에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글로벌한 스케일의 기술 시스템이 더해졌고, 우리는 우리의 문제가 왜 그렇게 풀기 어려워졌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개 최고의 엘리트들을 모아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이득보다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백열전구를 사용하다가 간편하고 밝은 LED 전구를 사용하면서 에너지 효율성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하지만 LED 전구 가격이 낮아지면서 설치와 사용이 증가하자 전 세계적으로 광공해도 늘었다. 비선형, 복잡 시스템에서 변화는 선형적이지 않다. 적은 입력으로도 연쇄적인 변화(다른 수역에서 온 소수의 조류가 호수를 죽이는 다수의 조류로 전이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고, 막대한 입력을 투입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마크 저커버그가 뉴어크 지역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던 일을 떠올려보라). 이러한 우연성과 예측 불가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하는 행동이 불평등하고 부적절한 반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얼어붙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라는 두 가지 난제가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은 동일한 방향으로 힘을 더하는 것(문제가 클수록 더 큰 해머를 사용하는 것처럼)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과 완전히 새로운 시각의 수용력이다. 지적이고 시적인 시스템 사상가 도넬라 메도즈는 시스템에는 아무리 복잡한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압력이나 힘, 지성, 자원을 적용했을 때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최적화된 행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레버리지 포인트나 기회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스케일 프레이밍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레버리지 포인트는 보다 최적의 방향으로 시스템을 움직이는 질적으로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마치 고통받는 환자에게 교묘하게 놓는 침술사의 바늘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술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시스템이 있고, 그러한 시스템을 기획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우리의 욕망 속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있다.
   
그러한 지휘 및 통제의 사고방식은 기계적인 세계관의 유물이다. 즉, 힘이나 지적 능력을 충분히 적용하면, 마치 전기 시스템에서 퓨즈를 갈아 끼우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다시 제대로 흘러가도록 원하는 대로 시스템의 상태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스 부부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카메라처럼, 자신만의 시각을 객관적인 시각과 동일시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취해야 할 자명한 행동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난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는 지식 그 자체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환원주의 과학의 방식으로는, 절대 세상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양자 이론이나 카오스 이론처럼 우리의 과학 자체가 우리를 환원되지 않는 불확실성으로 이끈다. 이해하고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시스템을 조종하고 싶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복잡계는 그러한 통제 계획으로 다스리기에는 본질적으로 너무나 제멋대로다. 끈적한 물질을 품은 번데기처럼 복잡계와 난제의 중심에는 근본적인 불확실성의 덩어리가 있다.
   
문제의 스케일과 복잡성, 지저분함에 압도되지 말고, 선(禪)과 유사한 참여와 능동적인 조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시스템을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이다. 메도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시스템을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시스템과 춤을 출 수 있다! 나는 급류 타기, 정원 관리, 악기 연주, 스키를 통해서 위대한 힘과 춤을 추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깨어 있어야 하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며, 모든 일에 열심히 참여하고, 피드백에 응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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