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흐름출판
p.229 -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것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 명의 선지자, 한 명의 천재, 종종 어느 한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들려주기에도 재미나고 소화하기도 쉽다. 가끔은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일지언정, 훨씬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전후 맥락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행성 운동을 설명하고, 미적분을 발명했다는 찬사를 받곤 한다. 그러나 뉴턴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rincipia)》를 쓰기 한참 전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태양에서 나오는 힘이 행성 운동을 좌우한다는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했고, 로버트 훅(Robert Hooke)은 만유인력의 원리를 처음으로 시사했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는 원운동이 원심력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이 하위헌스의 법칙을 이용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중력의 형태를 도출했다. 조반니 보렐리(Giovanni Borelli)는 중력을 가지고 목성 위성들의 타원운동을 설명했고, 존 윌리스(John Wallis) 등은 뉴턴이 사용한 미분을 만들었으며,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Leibniz)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의 미적분학을 고안했다. 이런 이야기는 뉴턴의 머리에 사과가 떨어졌다는 것보다 훨씬 들려주기가 어렵다.
로버트 훅은 중력으로 행성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뉴턴에게 알려주었다. 훅의 설명은 뉴턴이 역작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쓰는 길을 닦았다. 비록 초창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훅이지만, 그는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역량이 없었다. 뉴턴에겐 그 역량이 있었다. 뉴턴은 '종합'의 대가였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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