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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1. 8. 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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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히스 지음

박선령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p.320 - 325

2차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면 재앙이 발생한다. ‘코브라 효과(cobra effect)’에 얽힌 일화가 알려주듯 말이다. 코브라 효과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방법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걸 뜻하는 말이다. 이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시절, 영국의 어느 행정관이 델리에 코브라가 창궐하는 걸 우려하던 사건에서 유래됐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상책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코브라에 현상금을 걸었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금융학 교수인 비카스 메흐로트라(Vikas Mehrotra)는 <프리코노믹스(Freakonomics)>라는 팟캐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이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델리 사람들, 적어도 그중 일부는 현상금을 타기 위해 코브라를 키우기 시작했다. 행정부에는 갑자기 너무나도 많은 코브라 가죽이 쌓여갔다. 그들은 그 계획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철회했다. 하지만 코브라를 키우던 농부들에게는 처리해야 할 코브라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코브라를 팔 기회가 사라지자 어떻게 했을까? 그냥 풀어주고 말았다.” 코브라 수를 줄이려던 노력 때문에 코브라가 더 늘어난 것이다.

다른 코브라 효과 사례는 더 미묘하다. 조직 심리학자이자 호주의 혁신 기업 인벤티엄(Inventium)의 설립자인 아만다 임버(Amantha Imber)는 불행한 일을 겼었다. 2014년, 직원 15명으로 구성된 임버의 팀은 멜버른의 새 사무실로 이사할 준비를 마쳤다. 임버는 사무실을 수리하느라 약 10만 달러를 들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최신 유행 스타일의 개방형 사무실에는 따로 주문해서 제작한 긴 나무 책상 2개가 놓여 있었고, 천장까지 뻗은 3.5미터 높이의 통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실내에 넘실거렸다. 벽에는 그래피티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온 고객들은 모름지기 혁신 기업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든 게 완벽했다. 일할 때만 빼면.

“일과가 끝날 때쯤 되면 ‘오늘도 한 게 아무것도 없네. 그냥 이메일을 주고받고, 회의를 하고, 동료들의 방해를 받으면서 하루를 보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버의 말이다. 임버는 진짜 중요한 일은 밤이나 주말에 하기 시작했다.

임버와 임버의 팀은 열린 공간이 대면 협업을 장려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임버는 “다른 사람들이 전부 다 듣고 있었기에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말을 하면 방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한마디씩 끼어들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임버는 아침에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동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든 사무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하게 됐다.

하버드 교수인 에단 번스타인(Ethan Bernstein)과 스티븐 터번(Stephen Turban)이 2018년에 발표한 연구는 임버의 경험을 뒷받침한다. 그들은 개방형으로 설계된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려고 준비 중인 포춘 500대 기업 두 곳을 조사했다. 사무실 이전 전후, 많은 직원들이 조사에 자발적으로 참여코자 ‘사회성 측정 배지’를 달았다. 이 배지는 그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와 얼마나 자주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기록하기 위한 용도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개방형 사무실 설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무실이 대면 상호작용을 촉진하는가?

답은 우스울 정도로 명확했다. 두 회사 모두 대면 상호작용은 70퍼센트 정도 급감하고 이메일과 메시징 활동이 급증했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하려고 사람들을 가까이 앉힐수록 대화가 줄어들었다. 다시 코브라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건 모순된 상식의 가닥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당연히 사람들이 가까이 있어야 협업이 늘어나지! 그게 사회학의 기본이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아니, 지하철이나 비행기를 봐. 사람들은 빽빽하게 몰려 있으면 헤드폰을 쓰거나 책을 본다고.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내쫓아버리고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는 방법을 택하거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험을 해야 한다. 시스템 이론가인 도넬라 메도스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아는 모든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단지 ‘모델’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모델을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되는 곳으로 내보내라. 다른 이들에게 여러분의 가설에 도전하고 그들의 가설을 추가해 달라고 부탁하라. 모를 때 해야 하는 일은 허세를 부리거나 얼어붙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여러분은 실험을 통해, 혹은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의 말처럼 시행착오와 실수, 실수,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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