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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2. 7. 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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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p.96-98

의식이 있는 때라면, 어쩌면 의식이 없을 때라도, 우리 머리는 한꺼번에 여러 계산을 하면서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지,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지, 이 일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지 등 주요 질문에 계속 답을 하고 그 답을 매번 새롭게 갱신한다. 비행기 조종실을 떠올려보라. 수많은 계기판이 핵심 변수들의 현재 값을 보여준다. 이 많은 판단은 시스템 1이 자동으로 수행하는데, 그 판단 중 하나는 시스템 2의 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계기판이 나타나는 항목에는 ‘인지적 편안함(cognitive ease)’이 있다. 그 값은 ‘편안함’과 ‘압박감’ 사이에 놓인다. ‘편안함’은 어떤 위협도, 별다른 뉴스도, 주의를 돌릴 필요도, 더 애쓸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이 순조롭다는 표시다. ‘압박감’은 문제가 있으니 시스템 2가 가동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는 거꾸로 '인지적 압박감(cognitive strain)'을 느낀다. 인지적 압박은 현재의 노력이 충분치 않거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놀라운 점은 인지적 편안함을 표시하는 다이얼 하나가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얽힌 거대한 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나타내는 것이 <그림 5>다.

<그림 5>는 깔끔한 서체로 인쇄된 문장, 반복된 문장, 머릿속에서 점화된 문장은 인지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분이 좋은 상태로, 하다못해 입에 연필을 물고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또한 머릿속에 쉽게 들어온다. 반대로 사용 설명서가 깔끔하지 않은 서체거나, 인쇄가 희미하거나, 복잡한 말로 표현되었다면, 또는 내 기분이 안 좋거나, 심지어 내가 인상을 쓰고 있다면, 설명서를 읽으면서 인지적 압박을 느낀다.

인지적 편안함과 압박감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효과를 불러온다. 인지적으로 편안하면 대개 기분이 좋고,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고, 들리는 것을 믿으며, 직감을 신뢰하고, 현재 상황을 편안하고도 친숙하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건성으로 대충 생각하기 쉽다. 반면에 인지적으로압박을 받으면 경계하고 의심하기 쉬워서 하는 일에 더 공을 들이고, 편안한 느낌도 덜 들고, 오류도 적지만, 평소보다 직관력과 창조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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