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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이코노미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2. 12. 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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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이코노미

오바라 가즈히로 지음
인플루엔셜





p.35-38

상품의 가치는 '사용가치'와 '의미가치'로 양극화되고 어중간한 상품은 도태될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팀랩(teamLab)'의 이노코 도시유키는 '글로벌 고품질 혹은 로컬 저품질'이라고 표현했다.
 
2014년 7월호 《GQ 재팬》에 실린 그의 글을 살펴보자. 꽤 오래된 글이지만 앞으로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어서 일부를 인용한다. 

앞으로 도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슈퍼 고품질 상품에 관여하는 층과 강력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상품에 관여하는 층으로 나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인터넷이 국가의 경계를 허물면 콘텐츠나 물건, 서비스는 국내에서 생산했는지 외국에서 생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고 그저 가장 질이 높은 상품만 팔리게 된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지구 전체가 시장이므로 압도적인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고품질의 상품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반면에 품질이 꽤 높더라도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면 특정 지역 안에서만 소비된다. 결국 품질에 투자할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세계적인 고품질 상품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그 상품은 점점 더 외면받게 된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가 대형화되자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콘텐츠와 물건, 서비스에 대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의 규모가 작아서 그 안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인터넷이 커뮤니티의 규모를 키우면서 콘텐츠나 물건, 서비스가 커뮤니티와 함께 묶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 역시 올라갔다. 아웃풋만이 아니라 완성되기 까지의 과정, 생산의 정체성,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이 상품의 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정된 가치는 품질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물건에 투입된 원가, 노동력, 적당한 이윤뿐 아니라 커뮤니티라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도 팔리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생산자는 커뮤니티를 특수한 공간으로 판단해 물건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을 일이자 놀이로 여긴다. 그래서 때로는 시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내놓거나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비경제적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글로벌 고품질 상품에 관여하는 층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므로 세계적인 경쟁 상황에 놓여 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또한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한 시장이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영업 활동이 필요하다.

(중략)

결국 로컬 고품질 상품은 점점 사라지고, 이 세상은 글로벌 고품질 상품과 강력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로컬 저품질 상품으로 구성될 것이다. 둘은 서로 섞이지 않고 점점 별개의 시장을 차지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키워가게 된다.

뭐가 됐든 우리가 내일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컬 고품질 상품에서는 빨리 발을 빼고, 글로벌 고품질 상품이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로컬 저품질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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