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암, 전성률 지음
흐름출판
p.57-59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오랫동안 잘살기 위한 비결은 '시장을 지배하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선택에 브랜드가 큰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이미 밝혀진 바다.
이와 관련, 시리얼 브랜드 켈로그(Kellogg)의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소비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브랜드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는 브랜드를 보여주지 않은 채 동일한 콘프레이크 시리얼을 먹게 한 후 구매 의향을 물었다. 실험 결과, 브랜드를 보여주지 않은 그룹에선 47퍼센트, 브랜드를 보여준 그룹에선 59퍼센트가 구매 의사를 표시했다.
미국의 1등 바닥재 브랜드인 암스트롱(Armstrong)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구매 의사가 아니라 보다 소비자 행동에 가까운 지표인 '선택'을 물어봤다. 소비자에게 무늬가 비슷한 2개의 바닥재를 보여줬다. 하나는 암스트롱 브랜드고, 다른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바닥재였다. 이번에도 소비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브랜드를 보여주지 않은 그룹의 선택 결과는 50대 50. 실험 참가자들은 두 바닥재에 차이가 없으면 어떤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브랜드를 보여준 집단에서는 90퍼센트의 사람이 암스트롱 바닥재를 선택했다. 강력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KT&G의 해묵은 고민거리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말보로, 던힐, 버지니아슬림 등 글로벌 브랜드들로부터 내수시장을 방어할 것인가'였다. 왜 소비자들은 국산 담배를 피우다 외국산 담배로 갈아타는 것일까? 소비자 조사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탈 원인은 늘 비슷했다. '맛'이 더 좋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두 그룹의 소비자에게 말보로와 실험 당시 말보로처럼 진한 이미지를 가진 KT&G 담배 브랜드인 디스플러스를 피워보게 하고 참가자들에게 "어떤 담배가 더 맛있는가" 물었다. 브랜드를 보여준 집단에서는 27퍼센트가 디스플러스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브랜드를 가린 집단에서는 58퍼센트가 디스플러스가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강력한 브랜드는 소비자의 구매 의향, 선택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경험조차 바꿔놓는다. 더 맛있는 것을 더 맛없게, 혹은 더 맛없는 것을 더 맛있게 느끼게 만든다.
버지니아 공대 물리학과의 뇌과학자 리드 몬터규 교수는 《선택의 과학(Why choose this book)》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싸움에 의문을 던졌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먹게 하고 더 맛있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의 소비자가 펩시콜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에 고무된 펩시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소위 펩시 첼린지(Pepsi Challenge)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항상 코카콜라의 압도적인 승리. 왜 더 맛있는데 덜 팔리는 걸까?
리드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뇌과학에 기반한 브랜드 실험을 진행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은 매우 친숙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보여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fMRI 장치로 촬영한 것이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이 매우 친숙하고 강력한 브랜드를 보여주자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보여주었을 때와 달리 뇌에서 쾌감, 즐거움 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인 도파인이 분비됐다.
이 4가지 실험의 결과만으로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위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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