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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호학당 이야기/책과 밑줄

by 호학당 2024. 1.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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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p.25-26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오락을 ‘콘텐츠’라고 총칭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하다.

정의를 분명히 해두자. ‘감상’의 목적은 행위 자체이다. 모티브나 테마가 숭고한지, 예술성이 높은지 어떤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작품을 접하고, 음미하고, 몰두하는 것만으로 독립적인 기쁜과 희열을 느낀다면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에는 다른 실리적인 목적이 수반된다. ‘화제를 따라가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작품을 보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식사에 비유하면 ‘감상’은 식사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소비’는 영양을 계획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혹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는 것을 말한다. ‘감상’으로 이어지는 ‘작품’과 ‘소비’로 이어지는 ‘콘텐츠’는 ‘양’이라는 잣대로도 구별할 수 있다.

콘텐츠는 본래 ‘내용물’이나 ‘용량’을 의미하며, 전자매체상의 정보나 제작물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경위로 보건대 ‘콘텐츠’라는 호칭에는 처음부터 수치화할 수 있는 양(데이터 크기나 시청에 필요한 시간)으로 환산하여 정보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단시간’에 ‘대량’으로 소비함으로써 얻어지는 쾌감이 만족 요소에 들어간다.

하지만 ‘작품’은 ‘양’을 초월한다. 작품은 ‘양’의 잣대를 거부한다. 감상에 필요한 시간(비용)과 감상으로 얻는 체험(효과)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작품을 감상하고 몇 년이 흐른 후에야 영감이나 계시가 폭발하기도 한다. ‘실리’, ‘유용성’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어떤 ‘작품’이 좋고 나쁜지 가르는 기준을 굳이 설정한다면 ‘감상자의 인생에 끼친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치화할 수 없으며 한 작품이 다른 감상자에게 같은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재현성도 전무하다.

영상 작품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따라 ‘콘텐츠’로 불리기도 하고, ‘작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시청자는 영상 작품을 ‘소비’할 수도 있고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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