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올리비에 시보니, 캐스 선스타인 지음
장진영 옮김
김영사
p.381-383
슈퍼 예측가들은 문제를 구조화하고 분석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커다란 지정학적 문제(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특정 지역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 공직자의 암살 가능성 등)에 대해서 전체론적 판단을 내리는 대신에 그들은 문제를 구성 요소로 분해한다. 그리고 '그렇다고 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또는 '아니라고 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개인적인 직감이나 일종의 일반적인 예감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여러 가지의 부수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답하려고 시도한다.
슈퍼 예측가들은 외부 관점도 잘 받아들인다. 그리고 기저율을 굉장히 신경 쓴다. 13장의 감바르디 문제에서 설명했듯이, 감바르디의 신상 내역을 세세하게 살피기 전에 2년 안에 신임 CEO가 해고되거나 퇴사하는 평균 확률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슈퍼 예측가들은 체계적으로 이러한 기저율을 살핀다. 내년에 국경 분쟁으로 인해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슈퍼 예측가들은 즉시 현재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에만 집중해서 두 국가의 무력 충돌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지 않는다. 설령 최근에 읽은 뉴스와 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직감이 들더라도 말이다. 그들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직감이 일반적으로 좋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기저율부터 살핀다. 슈퍼 예측가들은 과거의 국경 분쟁이 무력 충돌로 어떻게 비화됐는지를 알아본다. 만약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면, 슈퍼 예측가들은 그 사실을 고려 사항으로 포함시키고 나서 중국과 베트남의 상황을 자세히 살필 것이다.
요컨대 슈퍼 예측가들과 일반인들을 구분하는 것은 순전히 그들의 지적 능력이 아니다. 지적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슈퍼 예측가와 일반인을 구분하는 주요 차이였다. 그들의 예측 기술은 18장에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던 인지 유형, 특히 '적극적인 열린 사고'를 보여준다. 적극적인 열린 사고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다시 생각해보자. 해당 테스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의견인 사람들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정확히 말하면 이러한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을 때 (흥분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슈퍼 예측가들의 사고방식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 테틀록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문구인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를 사용했다. 영원한 베타란 최종 버전으로 출시되진 않지만 끊임없이 사용되고 분석되며 개선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테틀록은 "슈퍼 예측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는 영원한 베타, 즉 자신의 믿음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의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슈퍼 예측가들이 매우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누구인지보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그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주의 깊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비판한다. 그리고 다른 관점을 모으고 종합하고 점진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다. 그들은 특정 사고 주기를 선호한다. 그들은 "시도하고, 실패하고, 분석하고, 조정하고, 다시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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